본문 바로가기
강독/종교 연구

[종교 연구] 소위 '민족종교'에 대하여 - 1. 증산도에 대한 분석 시도(2)

by 취미와 문화 2020. 12. 14.
반응형

[교리에 대한 접근]

6. 증산도의 교리는 유교, 불교, 노자, 장자, 기독교의 신의 당위를 모두 포괄하고자 한다. [상제님께서 세상에 내보내신 석가, 예수, 공자를 비롯한 성자와 철인들이 상제님의 강세를 미리 알렸으니 이러하니라.(증산도 1:1.9)] 상제라는 존재는 현세를 초월한 존재로서, '상제가 있음'까지만을 인식할 수 있는 존재로 전제된다. 증산도의 입장에서 추구하는 상제라는 존재가 굳이 '증산도 식 하나님'이라고 스스로 자각하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최소한 증산도에 심취했던 김지하는 증산도가 한민족 중심의 종교 통합의 매개체라고 인식했으며, 굳이 기독교적 '하나님'이라는 존재와 구분하려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증산도 교인들의 인식과 지향에 대해서 충분한 자료가 없는 상황이다. 김지하는 지식인으로서 증산도를 활용하려는 입장이었으나, 오히려 교인으로서 '배우는 입장'을 자처하는 이들의 태도는 명확히 알 수 없다.

 

7. 증산도는 불교의 교리에서는 미륵불의 구원 사상을 주로 주목하고 있다. [... 우주 질서가 개벽되는 말법의 시대에 이루어질 미륵불의 출세 소식이로다.(증산도 <<도전道典>> 1:2.12)] 

 

8. 증산도는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현세 도래를 '구원' 지향과 연결짓고 있다. [백보좌 하느님께서 요한에게 계시하여 말씀하시기를 "나는 알파요 오메가라. 이제도 있고 전에도 있었고, 장차 올 자요 전능한 자라."하시니라. 이는 곧 지상에 아버지가 몸소 강세하심으로써 예전의 하늘과 땅을 문 닫고 새 하늘, 새 땅을 건설하시는 '땅 위의 천국' 소식이로다.(증산도 <<도전道典>> 1:2.12)] 

 

9. 증산도는 '도교'라고 규정된 노자와 장자가 상제의 존재를 간증하고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일찍이 노자가 말하기를 "도는 텅 빔으로 가득하니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는 도다. ... 나는 그가 누구의 아들인지 모르노라. 상제님보다도 앞서는 것 같도다!"하여 상제님이 실재하심을 전하였고, 또한 장자는 "진짜로 우주의 주재자{진재(眞宰; 참 진/재상 재)}는 계신 모양 같지만 그분의 모습을 보기는 워낙 어렵구나! 그분의 행하심을 내가 예전부터 믿어온 바이지만 상제님의 형모는 뵐 수 없더라. 만물과 통정하시며 형상을 감추시는 것일까?"하니라. 도교에서는 이 우주를 주재하시는 상제님을 최고의 신으로 받들고 기도하였나니, 우리 한민족은 고래(古來)로 상제님께 제사를 드려 오니라.(증산도 <<도전道典>> 1:4)]

 

10. 증산도는 '유교'라고 규정된 공자와 주자를 '상제'의 이치가 실재함을 간증하는 존재로 그린다. [공자는 우주의 통치자 상제님께서 강세하시어 간방(艮方*)에서 모든 말씀의 꿈을 이루실 것을 전하였나니 "동북 간방은 만물의 끝남과 새로운 시작이 이루어지는 곳이라. 고로 말씀이 간방에서 이루어지느니라."하니라. 또 주자가 말하기를 "몸가짐과 의관을 바르게 하고 공경스런 마음으로 성령의 조화세계를 바라보라. 마음을 고요히 하여 일심(一心) 경계에 머물면 상제님을 뵈올 수 있느니라." "통치자 하느님 제(帝)는 우주의 창조원리인 리(理)를 맡아 다스리시는 분이라. ... 이 주재 자리가 세상에서 이르는 옥황대제(玉皇大帝)와 같나니 ... 배우는 자 모두 능히 답할 수 없도다." 하니라.(증산도 <<도전道典>> 1:5)]

 

11.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해본다면, 미륵불의 구원은 상제의 개벽과 동일시되며, 기독교 성서로부터 구원 사상을 강조하고, '도교'에서 만물을 통하는 무언가 있으므로 상제가 존재하며, 유교에서는 상제의 이치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각 종교의 교리를 종합한다기보다는, 증산도의 교리는 '개벽'이라는 것을 위해 각 종교의 교리를 근거로 둔 것이다. 이 개벽이라는 지향은 증산도가 현세에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개벽'이라는 개념이 내포하고 있는 뜻은 매우 모호하다. 개벽이라는 말 자체가 신에 의해 보증된 '선한 변화'라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이 개벽을 실제 사회에 적용할 때, 그 개벽이 무엇인지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는 인간이다. 그 의미는 굉장히 현세적이고 구체적인 변화로 변질될 수 밖에 없다. 현세 개혁을 추구한다는 것은 오히려 세속 권력에 쉽게 휘둘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용어(네이버 국어사전)]

* 간방

  • 1.명사 민속 팔방의 하나. 정동() 정북() 사이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45 각도 안의 방향이다.
  • 2.명사 민속 이십사방위의 하나. 정동() 정북() 사이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15 각도 안의 방향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