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 햄릿 독서/영화 감상문
그저께 햄릿을 감상해보았다. 햄릿은 현재 유튜브에도 영화로 올라와 있고, 올재 클래식스 차원에서도 ebook으로 공개하고 있다. 특히 올재 클래식스에서는 많은 고전 서적을 ebook으로 공개하고 있으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나중에 돈 좀 벌면 후원하고 싶은데, 지금은 빈털털이니 어쩔 수 없다.
아마도 햄릿이 애초에 연극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 영화를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난독증(?)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감정선을 알아가는 데에는 영화가 훨씬 나은 것 같다. 대사도 훨씬 쉽게 각색되었다. 다만 영화에 원문이 그대로 들어간 게 아니기에 여러 요소가 빠져있으니, 책으로도 보충하면 되지 않을까.
1. 들어가면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감상하는 과정 내내 분석하듯이 보았다. 궁정이 배경이기에 매우 복잡한 관계도가 그려질 것을 생각하고 있었으나, 생각보다 인물의 수도 많지 않은데다가 그 관계도 복잡하지 않다. 그러면서도 해석의 여지가 다양한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도 있다. 감상 직후에 느낀 마음의 온도가 뜨겁다기보다는, 차갑고 공허하게 느껴진다.
햄릿의 플롯이 차갑고 공허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어쩌면 햄릿 왕자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햄릿 왕자는 뜨거운 열정보다는, 어딘가 갇혀있어 몸부림치고 싶은 마음을 간직한 것처럼 보인다. 죽은 아버지를 배신한 어머니, 아버지의 자리를 빼앗은 숙부, 이어질 수 없는 사랑, 사랑하는 사람의 아버지의 끝없는 견제와 방해, 미친 사람이라는 궁정 사람들의 낙인까지, 모두 햄릿을 괴롭히는 시련들이었다. 그 시련들이 어떻게 닥쳐왔던 것인지 다시 한 번 짚어본 후에, 그로부터 느낀 점을 적어보도록 한다.
2. 햄릿의 내용
경비병들과 햄릿 왕자의 친구 호레이쇼의 앞에 선왕 햄릿이 유령으로 나타났다. 그 소식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햄릿 왕자에게까지 전해졌고, 당연히 햄릿은 아버지의 유령을 만나기 위해 경비병과 호레이쇼와 함께 성 위까지 올라갔다. 그 날도 어김없이 선왕 햄릿의 유령이 나타났고, 선왕 햄릿은 아들인 왕자 햄릿에게 손짓하여 따라오게 했다. 친구들과 부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선왕 햄릿을 따라간 햄릿 왕자는 아버지의 영혼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바로 아버지를 대신해 덴마크 왕에 등극한 숙부 클로디어스가 알고보니 선왕 헨리를 독살했다는 사실이었다. 선왕 햄릿의 유령은 아들 햄릿 왕자에게 새 왕에 대한 복수, 생전 자신의 아내였던 왕비에게 죽음이 아닌 자연의 순리와 같은 복수를 해 달라 부탁하였고, 헨리 왕자는 그 숙명을 분노와 함께 받아들이게 된다.
마침 선왕 햄릿의 유령이 이야기해준 충격적인 이야기에 더해, 햄릿은 어머니에게도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햄릿의 어머니는 남편 선왕 햄릿을 떠나보낸지 두 달 만에 숙부 클로디어스와 새로 결혼했다. 햄릿의 어머니는 마치 전 남편은 기억 속에 없는 듯이 행동하며, 새로운 왕과 사랑을 나누었다. 아직 아버지를 잊지 못한 햄릿은 어머니의 행동에 엄청난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다. “약한 자여, 네 이름은 여자로다.”
햄릿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 했고, 어머니의 행동을 잘못되었다 설교해야 했다. 햄릿은 결코 그 운명을 애써 외면할지언정, 거부할 수는 없었다. 햄릿이 너무나도 아버지를 사랑해서 그런 것인지, 햄릿은 무섭게 다가오는 운명에 미쳐갈 수밖에 없었다.
햄릿에게도 사랑하는 여성이 있었다. 그 여성의 이름은 오필리아였다. 오필리아의 아버지 폴로니어스는 숙부의 충성스러운 부하인 한편, 가정에서는 딸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아버지였다. 오필리아에게는 오빠도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바로 레어티스였다. 레어티스 역시 여동생을 너무나 사랑하는 오빠였지만, 사정상 출국을 해야 해서 동생 곁에 없었다. 레어티스는 햄릿이 여동생 오필리아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레어티스는 젊은 날의 사랑이 진실하다고 믿지 않았다. 그는 햄릿 왕자의 사랑이 빠르게 뜨거워지고 향기가 나지만, 한 순간에 불과할 것이라고 동생에게 당부하며 출국했다.
오필리아의 아버지 폴로니어스는 햄릿 왕자의 사랑을 반대하고 있었다. 폴로니어스는 그 사실이 불안했다. 자신이 모시고 있는 새로운 왕 클로디어스가 감히 반역자로 몰까 걱정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딸 오필리아가 비록 주도적으로 햄릿을 만나러 나가지는 않았지만, 햄릿이 계속해서 오필리아를 만나러 오면 언제든 새 왕에게 발각이 될 것이었다. 만약 그 사실이 발각된다면, 폴로니어스는 감히 왕을 넘보는 자로 비쳐질 수 있었다. 그래서 폴로니어스는 그 사실이 발각되기 전에 햄릿 왕자의 사랑을 클로디어스 왕에게 알렸다. 그리고 햄릿 왕자가 그 사랑에 실패하여 미쳤다고 이야기하며, 햄릿 왕자의 광기를 증명해내고자 한다.
햄릿의 숙부 클로디어스 왕은 폴로니어스의 말을 잘 믿지 않았다. 햄릿이 자신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가 일찍 아버지를 잃고, 일찍 재혼한 어머니를 받아들이지 못할 뿐이지, 선왕 햄릿이 죽은 이유를 왕자가 알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폴로니어스는 햄릿을 계속해서 떠보지만, 햄릿은 미친 것 같기도, 미치지 않은 것 같기도 한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할 뿐이었다. 결국 폴로니어스는 노력 끝에 햄릿이 오필리아를 사랑하며, 사랑에 실패해서 미쳤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오필리아를 직접 끌어들이게 된다.
폴로니어스는 딸 오필리아 주변에서 클로디어스 왕과 함께 숨어 햄릿의 사랑을 확인해보려 했다. 햄릿이 즐겨 다니던 복도에 오필리아가 서 있자, 햄릿은 오필리아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햄릿은 이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햄릿은 복수의 운명을 지켜내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고, 오필리아를 만나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어쩌면 오필리아가 마음에 지니고 있던 사랑마저도, 가짜인 것으로 보였다. 오필리아가 햄릿을 반기고 전에 받았던 선물에 감사를 표해도, 햄릿은 그 감사를 돌려받지 않았다. 햄릿은 오필리아를 수녀원에 가라고 다그쳤는데, 복수의 운명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조치였던 것인가. 햄릿은 오필리아에게 자기 내면의 복수심이 있고,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있음을 고백했다.
오필리아와 햄릿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클로디어스 왕은, 햄릿이 상사병은 없지만, 복수심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햄릿의 복수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것은 궁정 연극이 상연될 때였다. 연극을 사랑하는 청년인 햄릿은 배우들에게 ‘왕을 독살하는 왕의 동생’, ‘그 동생과 결혼하는 왕비’를 연극하게 했다. 햄릿 입장에서는 선왕 햄릿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고, 그 장면을 보고 클로디어스가 놀라는지 확인을 하려 했다. 그리고 한편 햄릿은 오필리아를 희롱하여 실망시킨다.
실제로 선왕 햄릿을 죽인 클로디어스는 연극을 보다가 보고 분노한다. 왕비 역시 자신의 치부를 겨냥하여 만들어진 연극에 분노한다. 혼란스러운 연극이 끝난 후, 폴로니어스는 햄릿 앞에 나타나 ‘왕비가 햄릿 왕자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였고, 한편 왕비에게 가서는 제3자 입장으로서 당신의 이야기를 엿듣고 햄릿 왕자의 본심을 알아차리겠다며 침실 커튼 뒤에 숨었다. 햄릿은 왕비의 침실로 갔지만, 역시 엿듣는 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있었다. 침실 커튼 뒤에 숨어있던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낀 햄릿은 커튼 뒤의 사람을 칼로 찔러 죽였다. 물론 그 희생자가 폴로니어스 일 줄은 몰랐다.
햄릿은 희생자가 누구든 아랑곳하지 않고 어머니를 꾸짖으며 설교했다. 머리끝까지 분노한 햄릿은 설교 도중에 다시 선왕의 유령을 만나게 되지만, 어머니인 왕비의 눈에는 그 유령이 보이지 않았다. 허공에 대고 선왕 햄릿을 찾는 왕자 햄릿을 보는 왕비는, 아들이 마침내 미친 게 맞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들에게 더욱 동정심을 느낀다. 한편으로 왕비는 내심 마음 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왕 클로디어스 왕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된다.
왕 클로디어스와 부하들은 햄릿을 추궁하여 죽은 폴로니어스의 시신의 위치를 알아냈다. 햄릿은 왕 클로디어스의 명령으로 영국으로 보내지게 된 한편, 아버지를 잃고, 한때 자신을 사랑했던 햄릿을 모두 떠나보내게 된 오필리아는 그 충격으로 미쳐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레어티스가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귀국하게 되었는데, 돌아와보니 여동생 오필리아는 미쳐있었다. 미쳐버린 오필리아를 보게 된 오빠 레어티스는 이 일의 원흉을 햄릿이라고 생각하고, 복수심에 휩싸인다. 클로디어스 왕은 미친 햄릿을 영국으로 보낸다는 핑계로, 타지에서 죽이려 했다. 그러나 햄릿은 영국으로 가는 배에서 해적들에게 잡혀있다가, 자신의 친구 호레이쇼를 불러 다시 본국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친구 호레이쇼와 함께 본국에 돌아온 햄릿은 우연히 오필리아의 초졸한 장례식을 보게 된다. 역시 오필리아의 분노한 오빠 레어티스는 햄릿을 보고 분노했다. 그 분노를 옆에서 지켜본 클로디어스 왕은 레어티스를 이용하여 햄릿을 제거할 계획을 다시 세우게 된다. 클로디어스 왕은 상품으로 좋은 말 여섯 필, 레어티스는 프랑스 검들과 각종 장구류 등을 걸고, 햄릿에게 대결을 신청해왔다. 햄릿과 호레이쇼는 그것이 위기인 줄은 알았지만, 햄릿은 운명을 받아들이는 한편,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결투에 응하게 되었다.
대결은 전적으로 햄릿을 죽이기 위해 설계되어 있었다. 햄릿이 사용할 술잔에는 독을 탄 술이 담겼고, 레어티스가 사용하는 검은 결투용 검이 아니라 독을 바른 진짜 검이었다. 햄릿은 예상과는 달리 선전했다. 대결을 관전하던 왕비는 그 왕의 의도를 알아채고, 자신이 독을 탄 술을 마셔버린다. 레어티스는 대결 중 쉬는 시간에 햄릿의 팔뚝에 독 바른 검으로 상처를 냈고, 그 칼을 빼앗은 햄릿은 레어티스의 손목을 독 바른 칼로 찔렀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던 레어티스는 죽음을 앞두고 클로디어스 왕의 계략을 모두 말해버렸고, [영화 : 분노한 햄릿은 클로디어스 왕을 독 바른 칼로 찔러 죽였다.] [시나리오 : 분노한 햄릿은 독 클로디어스 왕을 독 바른 칼로 찌르고, 독이 든 술을 강제로 마시게 하여 죽였다.] 결국 왕비, 레어티스, 햄릿, 클로디어스 왕은 모두 독 때문에 죽음을 맞게 되었다. 그 혼란을 정리하던 햄릿의 친구 호레이쇼는 죽어가는 햄릿을 왕좌에 앉혔다. [영화 : 친구 호레이쇼가 햄릿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에게 예를 표하며 끝난다.] [시나리오 : 햄릿은 유언으로 포틴브라스 왕자가 왕위를 계승하도록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 포틴브라스 왕자는 햄릿 왕자의 서거에 큰 장례를 치르게 지시하며 끝이 난다.]
3. 느낀 점
햄릿에서 나오는 다양한 인물들은 내면에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사실은 모호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주로 필자는 대개 햄릿 왕자에게 이입한 편이다.
햄릿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느낀 점은 바로 인물들의 대사가 수려하다는 것이다. 담백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현대 한국에서 보니, 가끔은 ‘오월의 장미’ 같은 말이 대사에 들어가 있다는 생각도 들곤 했다. 그러나 어쩌면 어떤 상황이나 심리를 그리기 위해 모든 표현을 동원하는 것이 당시 셰익스피어가 지향하는 바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셰익스피어가 영어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 마음에 와닿는 시적 표현을 찾는 과정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작품이 만들어졌다고도 생각이 된다.
햄릿을 읽으면서 빼 놓을 수 없는 점은, 각 인물마다 마음 한 구석이 아리게 하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오필리아이다. 오필리아는 나름대로 부유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 같았지만, 사실 남성들과 국가의 권력자들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제 마음 속에 사랑조차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그 모습이, 그녀의 죽음을 더 비극적으로 보이게 했다. 우연히 보았던 ‘오필리아’라는 명화가 떠올랐다. 그 명화 속의 오필리아는 하늘을 바라보며 그저 죽음을 바라고 있는 것 같았다. 사고로 물에 빠졌지만, 그 속에서도 몸부림치지 못하고 서서히 빠져 죽어버린 비극적 처녀의 표상이었으리라 생각된다.
햄릿이 오필리아를 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햄릿 역시 운명 속에서 몸부림치다가도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도달해버렸다. 특히 햄릿은 자기 자신이 어떤 운명 속에 놓여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햄릿이 누군가에게 명령을 내리기보다는 주로 남들의 계략들을 이겨내며 해쳐나가는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그 계략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성장한다기보다는, 더욱 더 운명적 파멸에 가까워지는 것도 이 햄릿의 특징이 아닐까. 햄릿의 첫 시작부터 햄릿이 끝끝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햄릿은 가면 갈수록 미친 사람 취급을 많이 받게 된다. 햄릿의 광기가 제대로 보이게 되는 시점은 단연 왕비를 설교할 때, 햄릿에게만 보이는 선왕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이었다. 분명히 처음에는 그 선왕의 유령은 햄릿 이외의 사람에게도 보이는 것이었는데, 햄릿이 운명에 갇혀버리게 되면서 선왕 유령의 ‘망상’에 시달리게 된 것이 아닐까? 만약 선왕 유령이 의미하는 게 ‘운명’이라면, ‘사람의 도리’를 저버리고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왕비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된다. 운명은 믿는 이들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이니.
작품 전체를 조망해보면, 젊은이들은 비극을 맞게 되고, 늙은이들은 비극을 바라보면서 안쓰러워하거나 손가락질하는 경향이 보인다. 햄릿이 미쳤다고 하는 사람들은 주로 클로디어스, 왕비, 오필리아의 아버지 폴로니어스 등 권력을 가진 늙은이들이다. 젊은이들은 이들의 명령들에 슬퍼하고 순종한다. 젊은 날의 사랑이 덧없다며 순결을 지키라 말하던 오필리아의 가족들은 비극의 원인을 햄릿에게 돌리게 되지만, 막상 햄릿이 오필리아를 버린 것이 단지 햄릿의 변심 때문이라고 지적할 수도 없다. 햄릿에게 내려진 운명 속에서 오필리아는 햄릿의 적이었다. 오필리아는 햄릿의 ‘상사병’, ‘광기’를 알아내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오필리아의 아버지와, 햄릿의 숙부가 있었다. 애초에 오필리아가 쉽게 햄릿을 허락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신분 차이 아니었던가.
결국 햄릿을 파멸에 몰아넣은 자들과, 파멸을 맞는 당사자들 모두 죽음을 맞았다. 이것이 비극의 매력이 아닐까. 결국 햄릿이 마지막 결투에 참여하지 않도록 설득한 호레이쇼 같은 인물은 파멸을 맞지 않았다. 햄릿의 그 유명한 어구가 생각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포악한 운명의 화살이 꽂혀도 죽은 듯 참는 것이 장한 일인가. 아니면 창칼을 들고 노도처럼 밀려드는 재앙과 싸워 물리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죽는 건 잠자는 것, 그 뿐 아닌가.” 삶 그 자체는 죽은 듯 참는 일의 연속이다. 삶의 고통을 버텨내는 것은 그저 사는 것이지,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삶의 고통을 참으면서도 그나마 중심으로 삼던 그 가치로부터 배신당하는 순간, 인생은 휘청거리고 만다. 휘청거리는 사람에게는 더 큰 고통이 남아있을 뿐이다.
햄릿이 말했다. “사실 우리가 아무리 용맹심을 가지고 이루어 놓은 일이라도, 그것이 모두 술기운이라 하여 쭉정이가 되는 형편일세. 그런 일은 한 개인들에게도 자주 나타나지. 말하자면 선천적으로 출생이 나쁘다든가, 평소 버릇이 도가 지나치다거나, 어떤 습성이 과도한 발효(醱酵) 작용을 일으켜 온전한 인품을 망쳐놓는다든가 결점이 있다면 그건 타고난 것이나, 하늘이 준 팔자처럼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다른 장점들이 아무리 순결하고 무궁하다 할지라도, 세상사람들이 보기에는 그 한 가지 결점에서 물이 들어서 부패했다고 하거든. 그러니까 티끌만한 결점이 있어도 그 사람의 고상한 성품이 모두 다 무효가 되고, 따라서 나쁜 사람이라는 소문을 듣게 된단 말이야.”
그럼에도 사람은 죽지 않는다. 햄릿이라는 작품 속 인물 중에 삶이 싫어서 죽는 이들은 없었다. 남들이 나 자신에게 운명의 굴레를 씌울 때, 죽음 뒤의 공포보다는, 내일의 삶에서 희망을 찾으려 한다. 물론 그렇게 희망으로 보였던 그것이, 사실은 파멸이었을지라도 말이다.
4.
이렇게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내용을 되돌아보고, 그에 대한 느낌을 간략히 적어보았다. <<햄릿>>에 대해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새로운 생각거리들이 발견되는데, 그것이 어쩌면 고전의 매력이 아닐까. 이 작품을 읽고 느낀 마음 속 공허함이 무엇이었을까. 아직까지 답을 내리지는 못했다. 몇 번은 더 읽고 나서야 알 수 있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은 그저 ‘여운’이라고 생각하고 이만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
* 참고자료
윌리엄 셰익스피어 저, 최재서 역, <<Hamlet>>, 올재 클래식스, 2012.
“햄릿 (Hamlet) - 1부”, www.youtube.com/watch?v=Wm3HUhqPdjk, 2020-12-27.검색.
“햄릿 (Hamlet) - 2부”, https://www.youtube.com/watch?v=259QlHJEthI, 2020-12-27.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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