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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독/막스 베버

[막스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3)

by 취미와 문화 2020.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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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배조직의 외적 기본요건

  행정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조건은 두 가지이다. [사람들을 지배자에게 복종하도록 행위를 규제]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의 복종을 이용해 물질적 재화를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물질적 재화는 불가피하게 (권력이나 국가 유지를 위해) 사용된다. 따라서 복종심을 매개로 결속력 있게 조직된 [행정 간부진]이라는 인적 요건과, [행정수단]이라는 물적 요건이 필요하다.

  행정 간부진(관료)들은 무엇때문에 복종할까? 어차피 행정 간부에 올라봤자, 자신이 관리하는 국가의 재산들은 자신의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저 리더가 정당한 이유로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따르지는 않는다. 행정 관료들은 [물질적 보상]과 [사회적 명예]라는 개인적 이익을 주어야 비로소 그들은 권력에 복종한다. 행정 간부진들은 이 이익들을 일어버릴까 두려워하고, 이 두려움을 바탕으로 권력자와 행정 간부진 간의 연대감이 조성된다

  다만 이 물질적 보상과 사회적 명예는 (전근대 시대) 카리스마적 지배에서도, 리더가 전리품을 나누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순수한 카리스마적 지배와 비교할 때, 관료제적 지배의 핵심은 행정 관료들이 행정 수단(국가 재산)의 분배에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이다. "행정 간부진이 행정수단을 독자적으로 소유한다는 원칙에 입각하는가, 아니면 행정 간부진을 행정수단으로부터 <분리한다>는 원칙에 입각하고 있는가 라는 것이 그것이다." 아직 관료제가 성숙하지 않았던 고대 한국을 생각해본다면, 각 지역 귀족들이 자신의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세금을 걷고 마음대로 권력을 행사한다. 귀족들이 물론 고구려, 백제, 신라 같은 왕의 국가 아래에서 국가행정에 가담하고는 있지만, 사실 각 귀족들마다 자기 기반지역은 실질적으로는 전부 '자기 것'이지, '국가의 것'은 아니다. 물론 왕토사상이라는 이념적인 변수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국가를 생각해본다면, 아무리 사유지/사유물이라고 해도, 그것들은 전부 국가에서 세금 걷는 장부에 등록되어 있다. 완벽하게 순수한 내 것은 없고, 국가의 권력이 꼭 한 다리 걸쳐 있는 것이다.

  어쨌건 강제력에 의거하는 모든 지배는 물질적 재화가 필요하다. 이 물질적 재화를 누가 관장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통치자가 모든 물적 행정수단(재화)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둘째는 행정 간부들이 물적 행정수단(재화)을 독자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경우이다. 물질적 재화를 누가 다루는지에 따라, 권력 분배와 행정 형태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먼저 통치자가 물적 행정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를 보자. 이런 유형은 어디든지 정치조직 발전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군주는 자기 수하를 둔다. 이 수하는 노예나 시종으로 아무런 권력이 없는 자들이다. 이 수하들은 통치자의 명령에 따라 행정수단(재화)을 분배하거나 관리한다. 통치자는 무기고, 곡식창고 등 행정수단을 독점하여, 직접 행정을 관장한다. 그리고 통치자는 순전히 자신에게 귀속된 군대를 만들고자 한다.

  다음으로 통치자의 통치 아래에 있는 행정 간부들이, 물적 행정수단의 일부 혹은 전부를 독자적으로 소유하는 경우를 보자. 이 유형은 신분적으로 조직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가령 봉건제 체제 속 가신은 전쟁, 행정, 사법 업무의 비용을 스스로 부담했다. 이 체제 속에서 통치자(군주)의 권력은, 가신의 개인적 충성에서 나올 수 있다. 그리고 가신이 봉토를 가지고 있는 것, 혹은 (가신으로서) 존경받을만한 위치에 있는 것의 정당성을 부여(공인)해주는 데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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