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적 역사이해]
1. 역사적 상상력의 성격 : 역사 자료는 항상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또한 역사는 인간의 활동이므로 사건의 내면은 항상 복잡하게 꼬여 있다. '퍼어롱(E.J.Furlong)'이라는 사람은 사고활동에서 일어나는 상상의 형태를 [1. 상상 속에서 2. 가정으로서의 상상 3. 상상력을 가지고]라는 틀로 나누었다.
'1. 상상 속에서'는 증거 없이 떠오르는 상상으로 역사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지만, 가령 웅변가의 연설에 대한 자료를 읽을 때 당시의 상황을 머릿속에서 그리는 경우에는 역사가가 외부의 자극에 의해 유도되는 상상이므로 역사적 상상에 속한다. 외부 자극이란 어쨌건 웅변가의 연설이라는 자료를 기반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2. 가정으로서 상상'은 자신이 어떤 처지나 상황에 처해 있다고 가정하고, 그러한 처지나 상황에서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할 것인지 고려하는 것이다. 가정으로서 상상은 역사적 행위자의 입장에서 했을 만한 행동을 생각하는 것으로서, [재연]이라는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이 상상은 사료의 내적인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하므로, 역사적 상상으로 분류할 수 있다.
'3. 상상력을 가지고'행동한다는 것은 정해진 틀이나 관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조그만 증거에서 여러 사실을 추론하거나, 오래된 자료에서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역사가는 같은 자료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으며, 관점을 달리하여 다양한 상황에 비추어 해석한다.
또한 그 때에 '역사적 상상력'이라는 능력이 요구되는데, 사료비판이 필요하며, 그나마 있는 사료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역사는 인간이 사회 속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쓰여지므로, 그 사료가 담고 있는 내면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하며, 그를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다.
2. 보간과 삽입 - 사료와 사료 사이의 공간 : 그렇게 역사 자료를 통해 당시의 실상을 파악하려는 역사가에게 사료는 항상 부족하다. 사료들 사이에는 항상 사료가 없는 공간이 있는데, 그 부분을 메우는 것이 역사가의 일이다. 그 행위를 [보간] 혹은 [삽입]이라고 한다. 역사적 상상이란 구체적이고, 직관적이고, 사료를 이용하므로 인지적이고, 논리적이고, 역사적 상상력에 의존하므로 창조적인 태도로, 과거 인간이 현재인간과 다르다는 것을 유의하며 이루어진다. [보간]은 자료의 빈 중간 과정을 추론하는 것으로, 연속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한편 앞이나 뒤가 빠져있는 것을 채우는 행위가 [삽입]이다. 이 보간과 삽입은 둘다 역사적 상상으로 추론하여 빈 부분을 채운다는 의미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 보간은 콜링우드가 '선험적인 것'으로서 인식하였다.
이 보간과 삽입은 사료 간의 빈 공간을 채우는 것으로서, 어디까지나 '선험적인' 인식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사건들을 법칙의 틀에 맞추어 설명하려 한다면, 이것은 더이상 보간/삽입이 아니라 일반화 혹은 원리의 적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3. 구조적 상상 - 사료의 카테고리화 : 각각의 사료는 어떤 맥락 속에 있음을 고려하게 되는데, 사료들을 바탕으로 그 맥락을 합리적으로 추론해내야 한다. 그러므로 '구조적 상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가령 '조선 후기 실학자'라는 사조가 있는 것은 학자들 간에 동의할 수있다면, 그 카테고리의 성격은 무엇이며, 누가 들어갈 것인지는 각 학자마다의 논의가 필요하다. 그것은 학자마다 실학이라는 '구조'에 대한 견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구조적 상상의 구체적 방법으로는 [재연]과 [신해석]이라는 방법이 있다. [재연]은 발생했던 사건 뿐만 아니라 기록에는 없지만 증거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사건들을 재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를 위해서는 역사적 인물들의 동기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때에 상상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한편 [신해석]은 기존의 해석과는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적 사고력의 하위범주]
김한종 교수는 역사적 사고력의 하위 범주를 [1. 역사적 상상력 2. 역사적 탐구기능]으로 나누었다. 그에 반해 최상훈 교수의 견해는 역사적 사고력의 하위범주를 [1. 연대기 파악력, 2. 역사적 탐구력, 3. 역사적 상상력, 4. 역사적 판단력]으로 나누었다. 최상훈 교수의 학설이 주로 역사교육론 교재에서 주류설로 다루어지고 있다.
[감정이입적 이해]
'이해'를 한다는 것은 법칙에 맞추어 기술하려는 '설명'과는 달리 사건이나 인물의 내면을 통찰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그 내면을 통찰하기 위해 '감정이입'이라는 태도를 취할 수 있다.(부분론적 감정이입) 감정이입은 여러 단계가 있다.
1. 고정관념적 감정이입 : 기존의 편견을 기준으로 사건을 받아들인다.
2. 일상적 감정이입 : 자료를 과거가 아닌 현재의 입장에서 해석하려 한다. 현재 입장에서 당시 상황을 해석하려는 것은 정의적 성격을 띠기도 한다.
3. 역사적 감정이입 : 과거의 입장에서 당시 자료를 바라볼 수 있다. 고로 인지적인 측면에서 이해가 가능한 상태이다. 레프(Leff) 같은 사람이 말하길, 역사가의 상상력을 과거의 현장에서 증거의 의미를 부활시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단순히 역사적 인물과 자신을 단순히 '동일시' 내지 '공감'하는 것은 이해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 맥락적 지식을 얻어내는 것이 역사학의 임무이다.
1) 추체험 : 직접 그 사건이나 인물을 직접 '재연'해봄으로써 감정이입에 다다른다. 역사적 상황에 대해 맥락적 이해하고, 역사적 행위와 의도 및 목적에 대해 이해하고, 학습활동으로 표현하는 과정으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다. 그 활동으로 극화학습, 역할극, 시뮬레이션, 역사신문, 모형 만들기, 역사일기 등으로 활동이 가능하다. 이런 추체험적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1. 역사적 상황에 대한 맥락적 이해, 2. 역사적 행위의 의도나 목적에 대한 이해, 3. 학습활동의 표현]이라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2) 감정이입적 이해 : 사료를 보고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여 감정이입에 다다른다.' 수업활동에서는 상소문 쓰기 등 객관적 글쓰기와, 역사일기 쓰기 등 창의적 글쓰기로 활동 가능하다. 이런 활동이 '공감' 같은 것이 아니라 '이해'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활동의 내용은 사실에 기반해야 하며 객관성을 추구해야한다. 물론 학습자의 창의서이 상당부분 들어가는 글쓰기가 있는데, 역사일기 쓰기 같은 것이 있다. 내가 스스로 조선시대 서자라고 생각하고 역사일기를 쓴다고 할 때에 창의성을 발휘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조선의 서자가 아버지에게 매우 대우를 받는다던가 역사적 상황에 모순되면 안 되는 것이다.
감정이입은 역사학의 전유물은 아니며, 미학, 사회과학, 심리학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감정이입의 범위를 더욱 깊게 인식하여 '공감'과 동일시하기도 한다. 그런데 역사학계서는 대개 감정이입을 도구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편이다. 감정이입을 활용하여 행위자 개인의 사상, 감정, 동기 등을 이해할 수 있지만, 사료를 분석할 때에 맥락적 지식과 인지적 요소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사건의 맥락을 파악하려는 역사에서는 순수하게 '공감'까지 나아가기는 어려운 편이다.
이 감정이입을 활용한 추체험, 감정이입 수업을 꾸릴 때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 교생에서 수업을 몇 번 해보면서 자신감이 붙어 상소문 쓰기 수업을 꾸려보았는데, 기대와는 달리 학생들이 강의식보다 훨씬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수업이 성립이 되려면 학생과 교사와의 호흡도 잘 맞아야 하며,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수업의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이 역사 내용 자체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학생들은 활동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므로 난이도 조절은 필수이며, 활동 자체도 학생들의 적응과 학습에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만약 시간이 부족하다고 수업 시간 밖에서 과제를 내 준다면, 수업목표를 학생들이 잊어버리게 되는 부작용이 크다고 한다.
리는 감정이입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 4가지, [과거의 인간과 나는 같은 인간이라는 보편성, 과거는 현재와 다르다는 특수성, 과거 생활 형태는 역사가 자신과 계통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계통성, 과거 사람들의 합리적인 면을 인정하는 합리성]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감정이입은 [힘, 성취, 절차, 성향] 이라는 양상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힘으로서 감정이입'은 전혀 관련 없는 증거에서 신비로운 힘을 느껴 역사적 행위를 이해하는 것이고, '절차로서 감정이입'은 감정이입을 행위자나 사회집단이 믿었던 것이나 그 가치를 아는 절차, 다른 방법과 구별되는 특별한 발견수단으로 취급한다. 즉 각 사회단위마다 암묵적으로 인정된 '기능'을 포착하려는 것으로, 이 입장에서는 역사적 감정이입마저도 신비로운 것에 집착하는 것으로 비쳐져 '힘으로서 감정이입'과 구분을 하지 못하게 되므로, 그리 역사적 감정이입은 아니다. 그 중에 역사적 감정이입은 '성취로서 감정이입'(인지적)인데, 행위자가 가치롭다고 생각하여 얻으려 했던 것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 중에 사료가 부족하면 '성향으로서 감정이입'(정의적)이 가능하다. 성향으로서의 감정이입은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합리성'을 기초로 하여 선택을 한다는 것을 고려하여 행동을 이해하는 태도이다.
그렇다면 감정이입을 달성하기까지 사고활동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1) 역사적 사실의 재연 : 역사적 사실이 왜 일어났는지 특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사실 자체를 파악
2) 상황의 맥락적 재구성 : 역사적 사실을 당시 상황에 비추어 앎. 그러나 행위자 내면을 충분히 고려치 않음.
3) 관점의 감정이입적 재구성 : 역사적 행위를 한 사람의 관점을 파악하고 설명하려 함. 행위자의 믿음이나 동기 같은 내면을 이해하려 하나, 행위가 일어나게 된 역사적 상황의 맥락적 이해는 충분치 않음.
4) 역사적 사실의 감정이입적 재구성 ; 역사적 상황을 맥락적 이해, 행위자의 관점을 감정이입적 재구성, 역사적 사실을 감정이입적으로 이해한다.
그렇다면 감정이입의 질적인 면에서 단계로 나누면 어떻게 나뉘게 될까?
1) 감정이입을 하지 않음. 무식해서, 어리석어서, 학문이나 과학이 발달하지 못해서, 미신을 믿어서 그렇다고 설명한다.
2) 고정관념적 단계 : 과거의 모든 행위를 특정 요인에 의해 이해함.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가지고, '신분제 사회여서', '하늘을 두려워해서' 등 이유를 드는 것이다. 관습, 종교, 기후에 대한 상식을 가지고 파악하려 한다. 이로부터 벗어나려면 교사의 지도가 필요하다.
3) 일상적 감정이입 : 사료를 바탕으로 당시를 파악하되, 현재적 수준에서 파악을 하는 것. '민심을 수습하려고' 기우제를 지냈다는 등 이야기이다. 학생들은 선지식이나 익숙한 경험이 역사학습에 필요하므로, 일상적 감정이입이 많이 사용되나, 오개념이 생길 위험이 있다. 역시 교사의 지도가 필요하다.
4) 제한적 감정이입 : 제한된 요인만 주목하여 과거 사람들의 행위의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없음.
5) 맥락적 감정이입 : 증거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과거의 상황과 행위자의 성향을 고려하여 과거의 제도나 행위자의 의도, 목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게 됨.
이런 감정이입에도 비판점이 있는데, 감정이입에 대한 것이 이론적으로 체계화가 아직 부족하다. 그리고 현재 사회에 살고 있는 역사가가 과거 행위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데, 사회 맥락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정신적 코드까지 다르기 때문이다. 텍스트론적 입장에서도 텍스트에는 저자의 사회해석이 담겨 있기에, 애초에 감정이입을 통해 역사이해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즉, 사료 저자의 관점에 이끌려가게 되어 있으며, 역사적 행위가 일어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도 없다.
* 참고자료
북소년 선생님
양호환 외 4명, <<역사교육의 이론>>, 책과 함께,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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